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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 영웅' 신의현의 다짐…"베이징에선 바이애슬론 金 따야쥬"

신의현 시상식
'평창 영웅' 신의현이 4년 만에 장애인 동계체전 최우수 선수가 됐습니다. 지난 수요일(12일) 바이애슬론 우승을 시작으로 목요일과 금요일엔 크로스컨트리에서 금메달 두 개를 추가하며 대회 3관왕이자 통산 6관왕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첫 종목 바이애슬론 금메달이 반가웠습니다. '사격 만발'을 기록하며 2위와 2분 43초 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사보기 : 불굴의 신의현, 다시 금빛 질주…바이애슬론 '정상'

2년 전, 평창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에서 대한민국 장애인 동계 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역사적 장소에서 신의현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습니다. 2년 뒤 베이징에선 사상 첫 바이애슬론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겁니다.

● "평창 악몽…지금도 가끔 꿈에 나와유~"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입니다. 그중 좌식 바이애슬론은 '불굴의 사나이'들을 위한 스포츠입니다. 오로지 팔의 힘만으로 오르막을 넘다 보면 숨은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내리막에선 몸의 중심을 이동하며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조금만 지나쳐도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는 사이사이에 스키가 장착된 의자에 앉은 채로 엎드려 총을 잡아야 합니다. 경쟁자가 쫓아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과녁을 정조준합니다. 실수 한 발이 나올 때마다 100m짜리 벌칙 주로를 돌아야 해 결승 지점은 더 멀어집니다. 극한의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2월 12일(수)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진행된 제17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충남)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신의현에겐 아쉬움이 큰 종목이기도 합니다. 2018년 3월 10일. 평창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7.5km 경기.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신의현은 사격 10발 가운데 두 발을 놓쳤습니다. 그렇게 첫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빗나간 두 발 탓에 완주해야 할 거리가 200m가량 늘어났고 5위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한동안 생각이 많이 났어유. 지금도 가끔 꿈에 나와서 저를 좀 괴롭힙니다."

이튿날 크로스컨트리 15km에서 생애 첫 패럴림픽 동메달, 일주일 뒤엔 7.5km 종목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아쉬움을 다소 씻어냈지만 여전히 말끔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신의현은 이마저도 농담으로 넘기는 긍정적인 선수입니다.
신의현 군생활
"제가 특공연대 출신이에유. 아, 근데 제가 일을 너무 잘해가지고… 남들 총 쏠 때 작업 차출되고 그래서 사격이 약점이 됐어유. 아~ 행보관님~하하"

경쟁자 중엔 미군과 러시아군 등에서 특등 사수로 활약하다 작전 중 다리를 잃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신의현은 군 복무 후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신의현은 또 웃습니다.

"그래도 제가 대한민국 군인을 대표해서, 예비역으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쥬."

● "베이징에선 '사격 만발'…첫 바이애슬론 금 기대하세유~"

신의현은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새로운 시도에 나섰습니다. 먼저 멘털 코치를 영입했습니다.

"사격은 심리가 중요해유. 뒤에서 경쟁자가 쫓아오는 경기이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마음이 급해지면 실수가 늘어나유. 멘털 코치님과 상담하면서 마음도 가라앉히고 집중력 높이고 그러구 있어유."
2월 12일(수)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진행된 제17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충남)선수가 사격을 하고 있다.
소하연 멘털 코치는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규칙적인 경기 습관을 만들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있습니다. 소 코치는 "신 선수가 어지간한 어려움은 '괜찮아유' 한 마디로 넘기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며 웃었습니다.

심리 컨디션은 체력과도 높은 상관이 있습니다. 크로스컨트리 구간에서 높아진 심박수가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사격에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심전도는 물론 젖산 수치를 점검하며 과학적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미 크로스컨트리에선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오른 만큼, 사격 실력만 향상된다면 바이애슬론에서도 충분히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신의현 가족사진
● "막내, 금동아! 아빠가 금메달 선물할게~"

평창 패럴림픽 뒤 변화는 또 있습니다. 가족이 늘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를 딴 뒤 얻은 아들이라 태명이 '금동이'입니다. 첫째 딸 은겸이, 둘째 아들 병철이에게 응원을 받으며 평창에서 새 역사를 썼던 아빠는 막내에게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아버지 어깨가 무겁잖아유. 그런 부담감을 즐기려고유. 경기 앞두고 가족들 사진 보면 힘이 나고. 열심히 해서 맛있는 거 사주고 그러면 기분 좋습니다."
신의현 다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특유의 유머 감각 덕분에 신의현과 인터뷰는 시종일관 즐거웠습니다. 최고의 순간은 신 선수가 세 자녀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낼 때였습니다.

"아빠 오늘 사격 만발해서 기분이 좋다. 우리 딸 태권도하는데 태권도 열심히 하고, 나중에 국가대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금동이. 이름은 병철인데. 아 병철이가 아니고. 병철이는 둘째고. 막내 상철인데. 금동아 아빠 1등 했어. 엄마 말 잘 듣고 항상 밝게 컸으면 좋겠어. 금동아 사랑한다."

신의현 선수는 전국체전 후 곧바로 이탈리아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다음 달 스웨덴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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